태풍 ‘솔릭’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교회와 교인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지역교회와 주요 교단들은 피해 현황 파악과 복구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 밤 제주도에 상륙한 솔릭은 23일 오후 중심속도 초속 35m(시속 126㎞) 이상의 강풍을 유지한 채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나 시속 4㎞의 느린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이 제주도에서 최대풍속 50m(시속 180㎞)를 기록했고 산지에는 최고 300㎜의 비를 퍼부었다면서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대전과 세종, 충남 모든 시·군에 태풍주의보를 발령했다.
제주도 교회들 중 상당수는 23일 새벽기도회를 갖지 못했다. 신상준 제주 열린교회 목사는 22일 밤 교인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새벽기도에 나오는 대신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리라고 안내했다. 신 목사는 “태풍의 규모가 워낙 크다는 보도가 있었고 22일 밤부터 제주에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면서 교인들의 안전이 염려돼 가정예배를 제안했다”면서 “태풍으로 인해 23일 새벽기도는 가정에서 하실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서귀포도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다. 서귀포 안덕면 산방산이보이는교회 김태헌 목사는 전화 통화에서 “사택이 교회와 붙어 있는데 현재 문 밖으로 나가질 못해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장정 두 명이 겨우 옮겼을 정도로 무거웠던 개집 세 채가 강풍에 날아갔고 마당에 있던 테이블도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교인들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제주 애월읍에 사는 허영희(66·여) 제주 방주교회 권사는 “23일 오전 2층 테라스에 설치한 차광막이 바람에 날아갔고 폭우로 천장에서 비가 새고 있다”면서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태풍은 처음 봤다. 시간이 지나도 태풍의 기세가 전혀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태풍은 비보다 강풍이 남기는 피해가 더 크다. 국토교통부도 최대 풍속 33∼44㎧ 때는 사람이 날아가고 44㎧가 넘어가면 철탑이 휘어진다고 경고했다. 교회들도 십자가 탑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전남 해남 어불도교회 장홍성 목사는 23일 전화 통화에서 “교회가 걱정돼 정오쯤 다녀왔는데 선 채로 버티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태풍이 해남에 상륙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이니 오늘 밤과 내일 아침 상황이 무척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교회 십자가 탑이 무너진 일이 있어 이번엔 두꺼운 철사로 첨탑을 단단하게 엮는 공사를 했는데 바람이 얼마나 센지 지붕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면서 “교인들 대부분이 김과 전복 양식을 주업으로 하는데 이번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 의성구세군교회 박근일 사관은 누전을 걱정했다. 그는 “교회 창틀에 넓은 테이프를 붙이고 창틀에 두꺼운 종이를 끼우는 작업을 마쳤다”면서 “누전에 대비해 누전차단기도 다 내려뒀고 십자가 탑도 전기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교단 본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사회봉사부 이명숙 재해담당 목사는 “전국 67개 노회 사회봉사부에 연락해 피해 상황을 수집 중”이라면서 “피해 규모에 따라 전국적 모금 등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최기영 양민경 기자 jangci@kmib.co.kr
강풍·폭우 속 제주 가정에서 새벽기도회… 교회 곳곳 비 피해 속출
입력 2018-08-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