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3일 내놓은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가 급감한 데 이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1분기에 이어 저소득층의 지갑은 얇아지고 고소득층의 수입은 늘었다. 이런 추세가 더 강해졌다. 2분기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0.3%나 급증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반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7.6% 줄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던 1분기와 맞먹는다.
이에 따라 소득 양극화는 더 악화됐다.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3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고소득층인 5분위 평균소득을 저소득층인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2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에 가장 나빴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 감소가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순위 40∼60%인 3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3분위 가구 소득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중산층 소득 증가율이 평균 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최근에는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소득 양극화의 배경엔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 상황이 있다. 소득 하위 40%인 1, 2분위 가구는 올해 들어 일을 하는 가구원들이 대폭 줄었다. 1분위 가구는 전년 대비 취업 인원수가 18.0% 감소했으며 2분위 가구도 4.7% 줄었다. 고용 재난의 충격을 저소득층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 제조업 경기 부진을 주원인으로 든다. 하지만 이는 중산층까지 소득이 줄어드는데 고소득층의 근로소득만 10% 이상 증가하는 역설을 설명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제외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소득층에게는 더욱 큰 벌이를 안겨주지만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뺏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요약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정책 설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부 핵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고집과 오기의 결과가 일자리 파괴와 소득 양극화다. 그래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기다려 달라”고 한다. 또 다른 변명거리를 찾아낼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재정 투입에 매달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적 수정과 경제팀 쇄신을 결단해야 한다.
[사설] 소득주도성장 목표가 일자리 파괴와 양극화였나
입력 2018-08-2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