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소통’ 토착민은 ‘포용’… 열린 마음이 먼저

입력 2018-08-24 04:00

귀농 후 겪어야 하는 마을주민들과의 갈등은 귀농·귀촌 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트리고 있다. 하지만 귀농·귀촌은 농촌생활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데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업이다. 농어촌에서 다양한 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갈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충북 단양군은 지난 5월 ‘귀농·귀촌 갈등, 해결 실마리 국민과 같이 찾다’라는 주제로 정부의 국민디자인단 공모에 선정되면서 정착지원 및 지역주민과의 소통강화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마을 공동상수도 이용이나 귀농·귀촌 위주의 지원정책 등 갈등 해결 사례를 발굴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군은 그동안 10차례의 아이디어 발굴 회의를 거쳐 지역주민과 귀농·귀촌인이 융합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임행교 단양군 귀농귀촌팀장은 23일 “지역에서 상생하고 소통하는 지역문화 조성이 중요하다”며 “서로에 대한 인식과 배려 부족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정책 발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귀농을 준비 중인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충남 청양군은 다음 달 예비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1박2일 갈등관리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수료자들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갈등 해결 방법을 교육받아 보다 안정적으로 농·어촌에 정착할 수 있게 된다. 홍성군은 귀농·귀촌인과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형성을 위한 ‘귀농귀촌 교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은 원주민과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선배 귀농·귀촌인으로 구성된 멘토단을 운영하고 있다. 24명으로 구성된 멘토단은 귀농·귀촌 3∼10년차를 맞은 인력으로 새내기 귀농·귀촌인의 정착을 돕는다.

전문가들은 귀농·귀촌이 지역 활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이들의 정착과 이를 포용하기 위한 기존 주민과의 융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주승 경북도 농업정책과장은 “지역 주민이든 귀농인이든 더불어 산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며 “미래의 농촌은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는 동반자적 관계에서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환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해주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지자체는 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재와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도 한결같이 “농촌지역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웃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전한다. 소정열 충북도귀농귀촌협의회장은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귀농·귀촌인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계륵 취급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귀농·귀촌인은 지역을 이해하고, 주민들은 이주한 이들을 따듯하게 환영해주는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양·안동·홍천·청양=홍성헌 김재산 서승진 전희진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