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줄었는데 치솟는 집값… 10년 전 상황 재연?

입력 2018-08-23 19:30

8·2 부동산 대책 후 1년 만에 집값이 다시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했던 노무현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두달 가까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114는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을 통해 “정부가 서울 전역에 대해 투기 점검에 나섰지만 각종 개발 호재가 풍부한 은평·여의도·용산과 인근 서대문, 양천 등 비강남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 추가 대책을 예고했지만 규제보다 개발호재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22일 양지영R&C연구소의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분석에 따르면 올해(1∼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73% 올라 2017년 한 해 동안의 상승률인 4.69%를 이미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같은 기간 상승률 중 최고 수치다.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받는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규제 폭탄과 폭발적 집값 상승이 맞물렸던 2006년처럼 ‘빈대(서울·강남) 잡으려다 초가삼간(지방)만 태우고 있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10년 전에 비해 현재 시장은 불안정성·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만큼 성급한 평가라는 시각도 있다. 2006∼2007년의 부동산 시장은 상승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집값이 크게 요동쳤었다. 하지만 2016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집값의 급등락보다는 호가 중심의 출렁임이 클 뿐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호가 상승에는 정부 규제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했다고 보고 향후 추가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소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담 등으로 매물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량이 줄지만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빚어졌다”며 “정부와 서울시가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면 집값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