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2조3000억 더 늘렸지만… 현장선 “본질 외면”

입력 2018-08-23 04:04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오른쪽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뉴시스
내년부터 5인 미만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액이 월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확대된다. 또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영세 자영업자 기준이 연매출 2400만원 미만에서 3000만원 미만으로 확대되고, 영세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 사업자도 카드 우대수수료가 적용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당정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늘리고 카드수수료 등 운영비용을 줄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19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7조1000억원 이상 지원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올해 4조8000억원보다 최소 2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근로장려금(EITC) 지원 요건을 완화해 지원 범위를 현재 57만 가구에서 115만 가구로 늘린다. 지원 규모도 4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액된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인당 월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린다. 고령자 등 취약계층 보호 및 하반기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대상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보호대상 범위의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은 상향 조정된다. 환산보증금이 올라가면 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내는 세입자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재건축 후 기존 세입자의 우선입주요구권도 허용된다. 상가권리금 관련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고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위한 보증보험 도입도 검토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초저금리 특별대출로 1조8000억원을 공급하고 카드매출에 연계한 특별대출도 2000억원 신규 제공된다.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올해 1조5000억원에서 2019년 2조원으로 확대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구내식당 의무 휴무일도 늘린다. 쓰레기 종량제봉투 위탁판매 수수료도 적정 수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올리고, 주정차 단속 유예 및 옥외 영업 활성화 등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편의점의 심야영업 부담을 줄이고 가맹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 판촉 행사를 가맹본부가 추진 시 점주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다. 소상공인 단체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번 지원대책을 적용할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 1인당 수백만원의 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경우 수수료 없는 제로페이 사용, 종량제 위탁판매 수수료 인상, 세액공제, 특별대출, 일자리안정자금 등으로 연간 620만원가량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음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면세 농산물을 매출액의 50% 이상 구매 시 의제매입세액공제가 확대돼 지원금액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카드수수료 인하 범위 확대, 임대사업자 보호장치 강화 정도를 빼고는 기존에 발표된 내용이 강화된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최저임금 문제는 아예 논의대상에서 빠져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제도 개선의 직접적 방법인 5인 미만 규모별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 제시도 없는 이번 대책은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혹평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9일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매출에서 담뱃세를 빼는 문제가 점주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며 “7만여 편의점 종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책도 없는 방안에 허탈감과 막막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