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 신청 6개월 연장

입력 2018-08-23 04:03

곽모(55)씨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건설일용직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 곽씨는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을 통해 10년 넘게 연체해 왔던 대출금을 월 3만7000원씩 갚는 중이었다.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이마저도 4개월가량 연체했다. 그는 최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이용해 밀린 연체금을 내고 남은 채무를 면제받았다.

정부의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 혜택을 받은 연체자 10명 중 9명은 곽씨와 같은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취약계층으로 나타났다. 총 31만1000명의 장기소액연체 채무자가 채무감면·면제·추심중단 혜택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제도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를 위해 접수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한다고 22일 밝혔다. 원래 접수기간은 이달 말까지였다. 다음 달 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2차 접수를 받는다. 전국 43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또는 캠코(자산관리공사)의 개인신용지원 홈페이지(www.oncredit.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1000만원(대출 원금)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연체한 대출자다. 국민행복기금으로 대출채권이 넘어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원래 돈을 빌렸던 금융회사에서 연체가 발생한 시점이 2007년 10월 말 이전이어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회사에서 장기연체 채권을 사들여 채무자들이 갚을 수 있는 만큼만 갚도록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 신청을 받아왔다. 신청자는 국민행복기금 내 상환약정 채무자 2만5000명, 민간 금융회사 채무자 2만8000명을 합쳐 총 5만3000명이다. 이 가운데 국민행복기금 내 상환약정 채무자 1만7000명이 채무면제 등 혜택을 받았다. 국민행복기금 내 상환미약정 채무자 29만4000명의 경우 별도 신청 없이 일괄적으로 추심을 중단했다. 이들은 애초 상환약정을 체결할 수도 없을 만큼 생활이 어려운 계층이다.

신청자들이 빚을 면제받으려면 심사를 거쳐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는 등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게 확정돼야 한다. 국민행복기금 내 상환약정 신청자들을 보면 91%가 월소득 100만원 이하였고, 73%는 채무원금 500만원 이하의 생계형 소액연체 대출자였다.

하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더 많은 장기소액연체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30만∼40만명이 지원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지만, 실제 신청자는 지난 2월부터 지난 10일까지 5만3000명에 그쳤다.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 신청이 내년 2월 말로 끝나더라도 지원 필요성이 있는 연체자의 경우 기존 지원체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울 방침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개인회생 등 채무감면을 안내하는 식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