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카가) 아닌 것 같아. 아무리 돌아가셨어도 아버지 나이도 모르냐.”
이산가족 상봉 행사 첫날인 지난 20일 단체상봉에서 남측의 이재일(85)·재환(76) 형제는 헤어진 형의 자녀라며 나온 북측 이경숙(53)·성호(50) 남매를 만나고는 이같이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초 이씨 형제는 6·25전쟁 때 납북된 형 재억씨를 만나려고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다. 하지만 형이 1997년 사망했다고 통보받아 형 대신 두 명의 조카를 만나기 위해 금강산에 왔다. 하지만 첫날 상봉이 시작된 지 10여분 만에 재환씨는 “형님이라고 하는데 (가져온) 사진을 보니 아니다. (형이)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모른다”고 화를 내더니 상봉장을 박차고 나갔다. 북측 관계자가 관련 서류를 들고 와 이들이 조카가 맞는다고 설명했지만 재환씨는 수긍하지 못했다.
두 형제는 이들 남매가 정말 조카인지 반신반의하면서도 상봉을 중단하지 않고 사흘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남매와 함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기도 했다. 22일 작별상봉 때 재일씨는 남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카임을 수긍하는 모습이었으나 재환씨는 끝까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상헌 기자
“내 조카 맞아?” 납북된 형 자녀와 상봉한 이재일씨 형제 “아닌 것 같다”
입력 2018-08-2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