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늪’에 빠진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적 대화 재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여실한 상황에서 노조를 설득해 일자리의 질(質)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노조에 앞서 먼저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노조가 입장이 다르더라도 대화는 열심히 하자”며 “내가 곧 인도에 가는데 (쌍용차 대주주인)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에게 먼저 해고자 복직 문제를 얘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인도를 국빈방문 중이던 지난달 10일 한·인도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마힌드라 회장을 찾아가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노조의 변화가 먼저”라며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에 반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개혁을 하려면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하는 게 가장 힘이 있다. 그러나 너무 거기에만 연연해서 할 일을 못하면 그것도 문제”라며 직접 참석을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민주노총에 문 대통령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은 성의를 다해 모두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원회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로 확대·개편된 것 역시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고용 문제를 폭넓게 논의할 새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 역할을 못한 채 툭하면 파행됐던 노사정위 대신 사회안전망 구축과 법·제도 개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회적 합의를 타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지난 6월 임명된 이용선 신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전교조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 법외노조 통보의 직권 취소를 요구하며 임원진이 릴레이 단식 중이다. 이 수석은 최근 전교조 임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현실이 매우 안타깝고 그들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정부의 행정 절차를 다시 행정 절차로 대응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국제노동기구(ILO) 출범 100주년을 앞두고 올 하반기 국제 근로조건에 맞지 않는 현실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설 예정”이라며 “다만 보수 정치권이 전교조에 대한 불신이 커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에 쌍용차 해고자 복직 및 노조 상대 소송 해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 강경파가 주도하다 보니 지도부도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설득에 나서면서 노조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 문제 역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심각한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노조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박세환 심희정 기자 eyes@kmib.co.kr
[단독] 문 대통령이 참모들 반대에도 양대 노총과 만났던 이유
입력 2018-08-22 18:34 수정 2018-08-22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