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노크하는 비엔날레, 서울 광주 부산 목포 창원

입력 2018-08-23 04:00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 축제인 비엔날레가 9월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개막된다. 사진은 위쪽부터 창원조각비엔날레 출품작인 조숙진 작가의 ‘삶의 색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나온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퍼포먼스 작품, 전남수묵비엔날레의 출품작인 이철주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라’. 각 비엔날레 제공

서울, 광주, 부산 찍고 내친김에 목포, 창원까지.

비엔날레의 계절이 돌아왔다. 2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 축제를 뜻하는 비엔날레가 내달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개막한다. 일반 비엔날레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조각, 수묵 등 특정 장르를 내세운 것도 있어서 볼거리가 풍성하다.

1995년 시작된 비엔날레의 원조 광주비엔날레(7일∼11월 11일)는 올해 클라라 킴 등 큐레이터 11명이 ‘상상된 경계’를 내걸었다. 7개의 주제전을 통해 전쟁·분단·냉전·독재 등 근대의 잔상을 돌아보고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격차와 소외를 짚어본다. 광주광역시 전용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지에서 펼쳐지는 올해 행사에는 43개국 165명(팀)이 참여한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총탄 흔적이 남은 전일빌딩도 전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등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여느 해보다 부각되는 모양새다. 영국의 손꼽히는 설치미술가 마이크 넬슨, 태국의 실험영화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녹여낸 작품을 준비 중이다. 대형 집체화를 포함한 조선화 20여점으로 구성한 문범강 큐레이터의 북한미술전도 남북 해빙 무드 속에 관심을 끈다.

미디어아트에 특화된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6일∼11월 19일까지)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주무대로 11개국 60여명(팀)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술·경제·환경·정치·사회·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좋은 삶’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김남수 무용평론가, 김장언 독립 큐레이터, 임경용 더북소사이어티 대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 공동기획자로 나서 이 시대 좋은 삶은 무엇인가를 시각 언어를 통해 보여준다.

두 비엔날레가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는 ‘집단지성’이란 새로운 큐레이션 실험에 나선 것과 달리 부산비엔날레(8일∼11월 11일) 등 여타 행사는 전통적인 1인 감독 체제를 고수한다. 프랑스 출신 크리스티나 리쿠페로 감독이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를 주제로 전 세계에 산재하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분리를 다룬다.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인 부산현대미술관이 지어져 올해 처음으로 이곳에서 행사를 치른다.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도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부산비엔날레는 두 장소를 오가며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궤적을 좇는다. 올해 행사는 광주에 비해선 규모가 작다. 35개국 70명(팀)이 참여한다.

창원조각비엔날레(4일∼10월 14일)는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불각(不刻)의 균형’을 주제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용지공원, 성산아트홀 등지에서 행사를 선보인다. 벨기에 작가 빔 델보예, 한국의 조숙진 윤영석 등 국내외 13개국 70여명(팀)이 참가한다. 상당수 작품이 ‘보는 조각’이 아니라 ‘노는 조각’이어서 관람객들과의 밀착도가 높다.

수묵의 부활을 내걸고 올해 처음 개최되는 전남수묵비엔날레(1일∼10월 31일)는 전남 목포의 목포문화예술회관, 진도의 운림산방 등지에서 진행된다. ‘오늘의 수묵’을 주제로 평면뿐 아니라 입체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영국 핀란드 미국 등 서구권 작가까지 260여명이 참여해 미술 장르로서 수묵의 국제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