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는 정부가 치고, 후유증은 세금으로 막고…

입력 2018-08-23 04:01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보는 심정은 이중적이다. 존폐 기로에 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란을 초래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반성 없이 후유증을 세금으로 땜질하기에 급급한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근간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것이다. 먼저 3조원 규모로 편성된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 금액과 대상을 내년에 확대해 기존 13만원씩 지급하던 지원금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15만원으로 늘린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던 범위는 60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고용위기지역의 근로자를 고용한 30∼300인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근로장려금(EITC)의 자영업 가구 지원 대상은 3배 이상 많아진다.

대책의 다른 축은 세금 경감 등을 통한 비용부담 완화다.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의 카드수수료를 3.0%에서 1.8∼2.3%로 낮추고 개인택시사업자의 수수료는 0.5% 포인트 인하한다. 연 매출 10억원 이하 사업자의 카드 매출세액 공제 한도를 200만원 늘리고 부가가치세 납부 면제 기준은 연 매출 24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린다. 정부가 성의를 갖고 꼼꼼히 대책을 세웠다고 평가할 대목도 있다. 카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임차 환경 조성을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 구조적 개선 방안을 포함시킨 것 등이다.

정부는 지원 규모가 올해 대비 2조원 이상 늘어난 ‘7조원+α’라며 보도자료 첫 페이지에 명기하는 등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지원 규모가 늘어난 것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였다. 중장기에 걸쳐 시장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이 일어나던 중이었다. 이를 뒤흔들어 아무런 대안 없이 자영업 전반을 강제 구조조정하는 방아쇠가 된 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정책 실패가 부른 참사’가 자영업 대란의 적확한 성격이다.

7조원이라는 막대한 지원 규모는 정부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없었으면 좀 더 생산적인 분야에 쓰이거나 민간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 재원이 됐을 금액이다. 학계와 자영업자들이 요구해 온 업종이나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만 받아들였어도 크게 줄었을 비용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책 발표 후 내놓은 논평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 제시도 없다고 질타했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 처방으로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정확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