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용하] 국민이 책임지고 국민연금 개혁해야

입력 2018-08-23 04:00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결과가 지난 17일 발표됐다. 적립기금이 2057년에 고갈된다고 하니 일단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더욱이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연금보험료율을 2% 포인트에서 4.5% 포인트는 올려야 한다는 것도 부담되는데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7세로, 연금의무가입연령도 65세까지 높인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미래가 불안해지자 국민연금 기금 운영부터 제대로 하라는 질타에 이어 국민연금을 선택제로 하든지 심지어 폐지 또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폐합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민연금 제도를 잘 개편해 보자는 선의는 온데간데없고 국민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것 같아 우려된다.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은 재정 상태를 5년마다 점검, 노후 소득보장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법에 따라 운영하는 제도로써 2003년 이래 올해로 4번째 이뤄진 것이다. 1차 재정 재계산 결과를 기초로 2007년 국민연금법 개편이 이뤄진 뒤 2차, 3차 때는 재정 악화 징후가 명확하지 않아 그냥 넘어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제도개혁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자문위원회 내부에서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제도 형태는 다양하지만 전 세계 어떤 나라도 국민연금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가 없는 것을 보면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이 없으면 당장 노후소득 준비는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연로한 부모를 둔 자녀는 그들의 노후도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설사 각 개인이 노후 대비를 스스로 한다고 해도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 금융기관 중에 장수 리스크를 자신 있게 담보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공동체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다르고 심지어 인구·경제·사회 구조가 끊임없이 변동하고 있어 제도를 일관성 있게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에다 초저출산으로 인구 구조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년세대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근로세대는 반대로 감소하고 있어 당초 설계된 것과 같이 제도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고 있다. 30여년 제도를 운영하면서 이미 300만명이 넘는 어르신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고, 국민연금 급여를 전제로 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국민이 대다수인 만큼 국민연금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현 세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은 현재 50대 이상 연령층은 평균수명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20∼40대는 연금보험료를 충실히 납입해도 연금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든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가는 국민연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고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의 재정 행위는 국민 부담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 스스로 국민연금을 책임지고 지켜나가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청장년 세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근간인 청장년이 중심이 되고, 아직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는 50대가 동참해 책임지고 해결해 나갈 의지가 있어야 해결 가능하다.

연금개혁은 어떤 국가든 쉽게 넘어가기 힘든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부담스러운 내용만 포함돼 있어 반기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인기도 없어 급하지 않으면 집권 기간 동안에는 그냥 넘어가고 싶은 정책이다.

연금개혁은 미루면 미룰수록 그 부담은 우리의 자녀세대에게 전가하는 것밖에 되지 않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게 인식하고 깨어 있는 국민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금개혁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