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공무원 7급 공채 1차 시험에 국어 과목 대신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하자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수험생들은 무엇보다 시험 과목이 바뀌는 데 대해 불안감과 혼란을 호소한다. 21일 공시생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공시생은 “7급은 사무관(5급)처럼 기획을 하는 게 아니라 실무를 담당하는 직인데 종합적 사고를 요하는 PSAT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공시생도 “그동안 공시는 노력한 만큼 결과로 나온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PSAT는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올 거란 보장이 없다”며 걱정했다.
7급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은 일반 취업준비생과 행정고시 준비생도 7급 공무원시험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한 공시생은 “사기업에 취업할 스펙이 안 돼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PSAT를 도입하면 더 불리해질 것 같다”며 “그동안 PSAT를 쳐온 행정고시 준비생들이 7급으로 유입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도 “PSAT는 암기나 단순지식보단 종합적 사고능력과 역량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공직에 모이게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대기업 취직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7급 시험에 도전하면 경쟁이 더 심화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 현장에서는 정부가 강조한 일반 기업 공채와의 ‘호환성’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인사혁신처는 장수 공시생의 취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대기업의 인적성검사와 유사한 PSAT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 노량진 학원가 관계자는 “어떤 시험이든 제도가 변하면 수험생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입사에 맞춤형 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이 이미 많은데 공무원시험과 연동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6개월째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은 “시험 방식이 바뀐다 해도 붙을 사람은 붙는다”며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시생은 “3년 뒤의 일인데 그 전에 붙는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했다.
공무원시험 학원들은 시행이 예고된 2021년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변화를 지켜보고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오히려 경쟁률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필기시험 영어과목이 토익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되자 7급 공채 지원자는 4만8361명(평균 경쟁률 66.2대 1)에 그쳤다. 2008년 이후 최저치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적은 3만6662명(47.6대 1)이 지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응시자가 20만명이 넘는 9급과 비교하면 7급 시험은 수험생이 적어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경쟁자 늘어날라” 시험 개편에 불안한 공시족
입력 2018-08-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