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정부 3대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의 세부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을 처음 시사했다. 악화되는 고용지표와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 경제팀 개편을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자 청와대가 내부 경제·고용 정책의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소득주도성장이 결국은 양극화해소·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큰 목표가 있는 것이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에 매일 이유는 없다. (정책 수정에 대해) 항상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정책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들에 대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나가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다만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 정책과 등치(等値) 시키고 있는데, 앞으로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을 유연하게 보겠다는 뜻”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거나 다른 말로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내의 위기론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통계상으로 (원인이) 보이면 좋겠으나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용근로자 수 증가, 가계지출·소비 증가 등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긍정적 지표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 대해서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확장예산을 통한 경기 부양을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 현재 경제 구조적, 경기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재정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문제점들을 타개하려면 대책은 확장예산밖에 없다”며 “경기가 어려우면 당연히 세금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경기가 어려우니 경기부양으로 양적완화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한국판 양적완화’에 승부수를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투톱으로서 목적지는 같다”고 진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경제정책과 관련한 ‘팀워크’를 강조한 것도 경제 투톱의 의견이 엇박자를 내는 것처럼 비치면 국민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에 견해차가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차이가 건강한 토론을 통해 서로 보완될 수 있는 관계라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까지 충분히 정부 내에서 수용 가능하다고 봐서 여전히 두 사람에게 (경제정책을)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경제정책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는 과거 70년간 지속해온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이라며 “그 과정은 굉장히 어렵지만 (정부가) 왜 그 정책들을 바꾸려고 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국민들께서)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靑 “소득주도성장 수정, 열려 있다”
입력 2018-08-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