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 하반기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는 단서가 21일 검찰에 포착됐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피고인 전범기업 측이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2014년 하반기 김 전 실장이 박 처장과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윤병세 외교부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을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회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논의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말에도 차한성 당시 행정처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공관으로 불러 강제징용 소송의 선고를 늦추는 방안을 협의했다.
행정처와 외교부 간부들이 2013년 말, 2014년 하반기 공관 회동 결과에 따라 수차례 실무 회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행정처 관계자들이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들의 변호인들을 접촉해 협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대법원 재판부가 소송에 관한 정부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하고 실제 2016년 11월 외교부가 의견서를 낸 과정이 이 같은 사전 논의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13명을 징계하기 위해 20일 두 번째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관징계위원회는 “징계 혐의의 인정 여부 등을 판단하려면 수사 진행 상황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김기춘·대법관 김기춘·대법관 ‘강제징용 소송’ 2차 회의 있었다
입력 2018-08-2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