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에 합의한 데 대해 재계는 ‘사법 리스크’가 커졌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1일 “기업에 대한 고발과 수사가 남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판단해 제재와 고발 여부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검찰이 스스로 수사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반기업 정서가 강한 시민단체 등 특정 집단이 기업의 경영행위를 문제 삼아 고발할 경우 기업으로선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문성이 있는 공정위가 사안을 1차적으로 판단해줬다면 앞으로는 누구나 고발하고 검찰이 기업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겨냥하는 칼이 하나에서 두 개가 됐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과 불법 행위를 구분하는 게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당시에 가장 적절한 경영상 판단을 해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문제가 있다고 수사를 받게 되면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담합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리니언시) 활용에도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검찰이 리니언시 정보를 공유키로 하면서 예전과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공정위에 자진신고를 할지 여부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검찰은 압수수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리니언시를 하기도 전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리니언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자진 신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자면서 한편으론 기업들을 압박하는 정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실물 경기가 정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기업의 자율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해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전속고발권 폐지에 불안한 재계 “기업 고발·수사 남발 가능성”
입력 2018-08-21 18:45 수정 2018-08-21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