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15년 11월 거리집회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고(故) 백남기 농민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료진의 판단에도 서울대병원에 수술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백 농민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의료진은 수술을 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 혜화경찰서장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경외과 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도 전화를 걸어 백 농민의 상태를 문의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장은 백선하 교수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백 농민의 사망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백 교수는 가족들에게 수술을 권유했고 백 농민은 이튿날 오전 약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백 농민이 사망하면 급박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경찰이 백 농민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빨간 우의 가격설’을 이용한 것으로 봤다. 빨간 우의는 백 농민이 쓰러진 모습이 담긴 영상에 등장한 인물이다. 당시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백 농민이 빨간 우의에 폭행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빨간 우의의 신원을 확인해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백 농민의 사망원인임을 거듭 확인했다. 경찰이 살수차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살수 행위를 했다고 봤다. 이밖에 민중총궐기 집회를 관리한 경찰의 경비계획과 차벽 설치 등 모든 과정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조사위는 피해자 가족과 협의해 사과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또 집회 주최자와 참여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집회시위 보장을 위한 업무지침’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박근혜 청와대·경찰 ‘故 백남기 수술’ 개입 정황
입력 2018-08-2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