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제정 38년 만에 담합 조사 권한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검찰로 넘어간다. 검찰은 담합을 자수한 기업에 대해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성격의 형벌면제권도 갖는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 담합 이외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 및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위한 당정협의를 갖고 가격 담합, 입찰 담합, 시장 분할 등의 위반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합의했다. 당정협의 직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조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경성 담합의 경우 전속고발제가 없어진다. 담합은 가격·물량을 조정하는 경성 담합, 이를 제외하고 상품 종류 제한 등을 합의하는 연성 담합으로 나뉜다. 공정위가 적발하는 담합 사건의 90% 이상이 경성 담합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로 볼 수 있다.
담합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리니언시)에는 ‘형벌적 면제권’이 신설됐다. 검찰은 자진신고자가 검찰의 수사 및 재판에 협조했을 때 처벌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검찰의 숙원인 플리바게닝 도입에 한 발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자진신고가 반드시 필요한 담합 사건의 특성상 리니언시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형사처벌에도 도입함으로써 리니언시가 예측 가능한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경쟁 당국의 핵심 영역인 담합을 빼앗긴 공정위는 하반기 추진 예정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통해 ‘경제검찰’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정은 우선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사 20% 이상’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한층 강해진다.
또 당정은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현행 자산 총액 5000억원에서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키로 했다. 당정은 민사적 구제 수단 강화의 한 방안으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키로 합의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조민영 기자 zhibago@kmib.co.kr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검찰 ‘2개의 칼’ 받았다
입력 2018-08-21 18:09 수정 2018-08-21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