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와 소음 문제로 갈등 빚던 70대 귀농인, 엽총 쏴 2명 사망

입력 2018-08-21 19:01 수정 2018-08-21 22:20
21일 오전 엽총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입구에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2명이 총격으로 숨졌다. 뉴시스
총알이 뚫고 나간 창문의 모습. 뉴시스
상수도와 소음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빚던 70대 남성이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2명이 숨지고 주민 1명이 다쳤다. 범행 동기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귀농인들에 대한 농촌지역의 ‘텃세’ 때문에 발생한 범죄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북 봉화군과 봉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30분쯤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 김모(77)씨가 들어가 직원들에게 엽총을 발사했다. 민원행정 6급 손모(47)씨가 가슴 명치와 왼쪽 어깨에, 8급 이모(38)씨가 가슴에 총상을 입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김씨는 앞서 오전 9시15분쯤에는 소천면 임기역 인근 사찰에서 주민 임모(48)씨에게도 엽총을 쏴 어깨에 총상을 입혔다. 임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김씨가 처음 총을 쏜 사찰과 소천면사무소는 3.8㎞ 거리로 김씨는 1차 범행 후 자신의 차량으로 면사무소까지 이동했다. 김씨가 범행에 사용한 엽총은 등록된 총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50분쯤 관할 파출소에서 유해조수 구제용으로 엽총을 출고해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가 총을 난사할 당시 면사무소에는 1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김씨는 총을 쏜 직후 민원인과 직원 등에 의해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임신 여직원 등 일부는 충격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면사무소 직원은 “김씨가 민원인처럼 들어와 갑자기 ‘손들어’라고 소리치고는 바로 총을 쐈다”고 말했다.

봉화군은 김씨가 주소지를 경기도 수원에 둔 채 10년 전부터 혼자 귀농해 아로니아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김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새떼를 쫓기 위해 수시로 총을 쏴 소음 문제로 이웃과 마찰이 있었고, 상수도 요금 문제 등으로도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들도 “평소 상수도 사용 문제로 인근 사찰의 승려와 다투는 일이 잦았고 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10여일 전 “김씨가 나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주민에게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진정서를 냈다. 경찰은 주변인을 조사했지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해 임씨에 대한 위협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날 엽총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 전후 행적 등을 추가로 조사한 뒤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봉화군은 숨진 공무원 2명의 장례를 봉화군청장(葬)으로 치르기로 하고 군청 대회의실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