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덕분에 대입·취업 꿈 이뤘어요”

입력 2018-08-22 04:00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두드림’ 사업 연말 행사에서 가야금 연주를 선보이는 김보경씨(왼쪽)와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체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손주만씨 모습. 두 사람 모두 “장애가정 청소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두드림스타’를 만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제공

“가야금 소리를 듣자마자 ‘이거 꼭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가장 필요한 순간 ‘두드림(DoDream)’을 만났죠.”

시각장애 2급인 김보경(19·여)씨는 “가야금 소리가 너무 좋았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무작정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다 찾은 소리였다. 당시 김씨는 엄마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었다. 무언가 맞지 않는다고 느껴 진로를 고민하던 중 뜻밖에 국악이 마음을 흔들었다.

꿈을 갖게 된 김씨에게 보이지 않는 건 장애물이 아니었다. 악보를 통째로 외워야 하는 김씨는 수없이 손의 감각을 익히며 연습에 매진했다. 그러나 대회를 거듭하고 입시를 준비할수록 경제적 어려움이 크게 와 닿았다. 김씨는 “바이올린은 학교 지원을 받았지만 가야금은 개인레슨이 필요했다”며 “비용이 워낙 비싸 레슨을 더 받고 싶어도 부모님에게 죄송해 말 못하는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런 김씨는 맹학교였던 중학교에서 두드림을 알게 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운영하는 두드림은 14∼29세 장애가정 청소년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홀로서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인적투자사업이다. 그중 KB국민은행의 ‘두드림스타’는 2009년부터 개개인의 꿈과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두드림과 인연을 맺게 된 김씨는 끊임없는 노력 끝에 장애학생 최초로 국립전통예술고에 진학했고 올해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대학에 온 뒤 특수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며 “두드림스타 사업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뇌병변장애 1급인 아버지를 둔 손주만(24)씨도 예술고를 다니던 2011년 두드림을 만났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미술학원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두드림스타 지원을 받아 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현재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4월부터 일본 자동차기업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손씨는 “학생 때부터 경제적인 문제로 일찍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학원비가 해결되니 꿈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일본을 넘어 유럽에서 자동차디자이너로 일하는 게 목표”라며 “많은 청소년들이 두드림과 함께 자신의 꿈을 갈고 닦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두드림스타는 양궁 국가대표를 꿈꾸는 김선우(18)군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장애가정 청소년 934명을 지원했다. 두드림은 두드림스타뿐 아니라 성장 멘토링, 자산 통장, IT취업 희망자를 위한 행복장학금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김인규 회장은 “장애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장애가정 청소년이 친구들과 같은 꿈을 꾸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