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대학입시 제도 개편안이 발표되자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교육 업체들은 ‘역대급’ 호황을 기대하며 표정관리 중이다. 정부가 입시 제도를 어설프게 건드려 불확실성이 높아져 학부모가 불안해하면 그 틈을 사교육이 파고드는 패턴이 이번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대상인 중학교 3학년생 이하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국 순회 설명회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오는 26일 서울에서 시작해 경기도 분당 일산, 대구, 부산, 경기도 평촌 부천, 세종, 대전, 광주, 인천을 돈다.
정부가 새 대입 제도를 발표하고(지난 17일) 무대에서 내려가자 스포트라이트가 사교육 업체로 넘어간 모습이다. 종로학원은 “21일 오전 9시 현재 예약자가 7000명을 넘어섰다. 실제 참석자는 1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중3 대상 설명회가 (수능 직후 열리는) 대학입시 설명회보다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교육 업체에도 중3 이하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업체가 여는 설명회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다. 중학생의 경우 고교 유형 선택의 유불리 문제부터 다양해진 수능 선택과목, 정시 확대 규모 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초등학생도 고교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와 고교학점제 도입과 같은 큰 변화가 예고돼 있다.
불확실성도 문제지만 새 대입 제도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소로 가득하다. 정시와 수시 비율에 논의가 치중됐기 때문에 사교육 대책은 뒷전이었다. 30% 이상으로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이 늘어난다. 수학의 기하와 과학Ⅱ가 포함되면서 수능 시험 범위는 거의 줄지 않았는데 EBS 연계율은 70%에서 50%로 낮췄다. 수능 비중을 높이고 수능 준비를 과거보다 까다롭게 한 것이다. 수능 사교육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현재 고2부터 중3까지 매년 다른 수능을 치른다. 대입 재도전 기회는 많아졌는데 시험 제도가 매년 바뀌는 것이다. 재수생이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어설픈 中3 대입안… 사교육만 신났다
입력 2018-08-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