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보수 진영의 임시 분할 체제를 끝내고 통합 보수 야당 건설을 위한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이른바 ‘빅 텐트론’으로 불리는 야권 정계개편 구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한 내부 정비와 동시에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새판 짜기에도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는 경기도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 중인 보수 가치 재정립을 통해 이념적 지표와 좌표를 재설정하고 당이 기반하고 있는 이념 지형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의 노선에 대해서도 “우리가 상대를 좌파로 규정해 스스로를 점점 더 ‘우파 프레임’에 가둬 왔다”면서 “이념적으로 경직되고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 리버럴한(자유로운)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수구 색채를 빼고 이념적으로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하자는 의미다. 홍성걸 가치·좌표재정립소위원장은 당의 새 핵심 가치로 ‘자유’와 ‘민주’를, 혁신 가치로 ‘공정’과 ‘포용’을 각각 제안했다.
연찬회에서는 인적 쇄신 주장도 제기됐다. 강연자로 나선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한국당의 혁신은 사람 바꾸는 과제가 80%, 나머지 20%가 좌표(강령) 문제다. 인적 쇄신 없는 좌표 설정은 추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가 공개한 한국당 의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당 혁신 과제로 ‘세대교체 및 인재 양성’(48.4%)을 꼽는 목소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전부 다 인적 청산을 얘기하면서 인적 청산을 안 하면 혁신이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을 고장 난 자동차에 빗대 “자동차를 고치지 않고 아무리 새로 좋은 기사를 영입한다고 한들 그 차가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先) 가치 정립, 후(後) 인적 쇄신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의 빅 텐트론 구상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친박근혜계 김진태 의원은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대로 된 우파 정당이 있어야 한다. 자꾸 엉덩이 들썩거리며 중도도 포용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며 김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김태흠 의원도 “보수 대통합에 앞서 일단 우리 내부 정리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연찬회 강연자로 나선 김종석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사이비 유사 경제’로 굳이 비유하자면 민간요법 수준 처방이다. 한국 경제가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수현 사회수석, 홍장표 정책기획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5명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는 경제파탄 워스트(최악의) 5”라고 지목하며 경질을 요구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야권 정계개편 빅 텐트론 시동, “통합 보수야당 건설 고려”
입력 2018-08-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