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원치 않으면…” 서울 자치구 사업 취소 잇따라

입력 2018-08-20 21:51
서울 중구는 필동 서애문화마당을 건립하기 위해 부지(왼쪽 사진)를 선정했지만 주민 반대를 수용해 건립을 취소했다. 오른쪽 사진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오른쪽 첫 번째)이 마을버스 노선 조정 계획 취소에 앞서 주민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이다. 각 구청 제공

서울 자치구 곳곳이 ‘주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정책을 돌연 취소했다. 주민 동의가 없는 경우 공공시설물을 짓지 않겠다고 강수를 둔 자치구도 등장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공공시설물을 짓기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20일 말했다. 서 구청장은 “구청은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주민합의 과정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공영주차장이나 복지관, 문화마당 등 공공시설물을 지을 때 구민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날 서 구청장은 필동 서애문화마당 조성사업과 신당5동 소규모 노인복지관 건립사업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두 지역에서 공익 목적의 공공시설물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구의 이 같은 결정은 다산동 성곽길 공영주차장 건립 사업이 취소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는 일대 주차난 해결을 위해 2015년부터 공영주차장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주민들이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주민들의 주거권이 집단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중구는 최근 주차장을 폐지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시설 변경결정을 내렸다.

서대문구 역시 지난해 4월부터 검토해오던 마을버스 노선 조정 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당초 서대문구는 서울시가 제시한 방안을 수용해 서대문11번 일부 노선을 서대문13번과 통합하면서 11번 노선을 홍은사거리에서 신촌 지역까지 운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노선 조정 계획을 백지화했다.

정책 취소 배경에는 ‘긴급 좌담회’가 있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주민 반대에 두 차례 긴급 간담회를 열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 구청장은 “주민을 이기는 구청장은 없다”며 “구정에 대한 구민의 다양한 관심과 참여는 서대문 지방정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