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고소했다 진술 번복해 무고 기소됐던 여성, 무죄

입력 2018-08-21 04:00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협박에 못 이겨 무고했다고 허위 자백한 30대 여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A씨(30)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집에서 남자친구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문자메시지로 다투다 화가 나 집으로 찾아온 B씨에게서 여러 차례 물리적 폭행을 당했다.

A씨의 머리에서 피가 났다. B씨는 폭행에 이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욕설을 하며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B씨는 이튿날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면서도 폭언을 했다.

이후 A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B씨를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같은 해 9월 무고죄로 약식기소돼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자 A씨는 무고죄를 부인하며 약식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진술을 번복한 데에는 B씨의 끈질긴 협박이 있었다. 그는 카페로 A씨를 불러내 “수천만원이면 네 부모님 발목 자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며 가족에게 해를 가할 것처럼 굴었다. A씨는 자신이 성폭행당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녹음해줬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 미안하다’는 거짓 문자를 보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는 A씨의 최종 주장을 받아들여 무고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사건 전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성폭행 흔적이 있다는 A씨의 응급실 내원 기록, B씨가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녹음 등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갑자기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해서도 “그 전까지 보여준 태도와 완전히 상반되고 작위적이었으며 부자연스러웠다”고 판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