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납북자 6가족 恨풀어

입력 2018-08-20 18:23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과 가족들이 상봉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여서 남은 가족끼리 상봉했다.

남측 상봉단의 최기호(83) 할아버지는 1951년 1·4후퇴 때 북한에 의용군으로 끌려간 형 영호씨가 2002년 사망해 20일 조카인 선옥(56·여), 광옥(53·여)씨를 만났다. 최 할아버지는 “어머님이 형을 특히 그리워해 끼니때 꼭 형이 먹을 밥을 떠서 함께 상에 올리시고는 ‘밥공기에 물이 맺히면 네 형은 살아있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다”며 “밥이 뜨거우니까 당연히 물방울이 맺히는데 아마 잘 살아있으리라고 생각하신 걸 그렇게 표현하신 거 같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선옥씨가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손수건을 눈에 대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선옥씨는 가족의 생일상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 속 인물을 한명 한명 설명했다. 그는 “부모 형제 생각이 많이 나서 내내 울었습네다”라고 말했다.

52년 국군포로가 된 부친과 생이별했던 이달영(82) 할아버지는 북측의 이복동생 일영(48), 영희(48·여)씨와 상봉했다. 이 할아버지는 “아버지는 87년쯤에 돌아가신 거 같은데 동생들도 낳고 (전쟁 이후에도) 생존해 계셨으니까 좀 다행이다 싶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이복동생들을 위해 겨울옷과 영양제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이번 상봉행사 준비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50명의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선정해 북측에 생사 확인을 의뢰했다. 이 가운데 21명의 생사가 확인됐고, 여섯 가족의 상봉이 이뤄졌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