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헌법재판소의 내부 기밀을 파견 법관을 통해 몰래 빼돌린 단서를 잡고 20일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빼돌린 기밀을 통해 법원이 헌재를 적극 견제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아직 선고하지 않은 헌재 사건들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토의 내용을 행정처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 누설)로 최모 부장판사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최 판사는 유신독재 시절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패소시킨 대법원 판결, 현대차 노조원들이 제기한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 등 민감한 사건들에 대한 검토 보고서 및 헌법재판관들의 토의 내용 등을 빼돌려 행정처 측에 수십 차례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5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헌재 파견 법관이었다.
검찰은 최 판사가 빼돌린 정보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본다. 이 전 상임위원과 임 전 차장 등이 이 정보를 헌재를 견제하기 위한 검토 보고서를 만드는 데 활용한 정황도 있다. 2016년 행정처가 작성한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변화와 전망’ 문건을 보면 “정권의 헌재에 대한 강한 지지 분위기로 헌재 관련 이슈에서 대법원이 수세에 몰릴 것이 우려된다”고 적혀 있다. 이어 “집단적 근로 제공 거부를 업무방해죄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행정처는 2015년 작성한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문건에서도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헌재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헌재 무력화’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이 전 상임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다만 ‘사법농단’에 광범위하게 연루된 다른 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과 문건이 확보됐다’ ‘임의수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임의제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등의 이유로 기각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최 판사가 헌재 파견근무 때 사용한 하드디스크 압수수색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편 법원 측이 열람등사를 거부했던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관련 재판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결국 발부됐다. 법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것은 처음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양파’ 양승태 행정처, 법관 통해 헌재 기밀까지 빼돌린 듯
입력 2018-08-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