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수억원을 내지 않았더라도 해외로 빼돌릴 재산이 없다면 출국금지는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임모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11월 기준 국세 4억1000여만원을 체납했다. 그는 충남 공주에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분양에 난항을 겪어 세금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 지난해 5월 임씨를 출국금지하고 두 차례 기간을 연장했다. 임씨는 가족이 거주하는 필리핀으로 출국하지 못하게 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다소 의심이 들지만 임씨가 체납 세액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오히려 해외로 도피시킬 만한 재산이 없다는 등의 임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세금 미납자를 출국금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출국을 이용해 해외로 재산을 도피시키는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신병 확보나 세금 납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법무부의 출국금지는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수억원 체납자라도 빼돌릴 재산 없으면 출국금지 위법”
입력 2018-08-20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