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활짝 열렸으면…”

입력 2018-08-20 18:24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 남측 이산가족을 태운 버스가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으로 줄지어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이산가족 상봉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실향민과 탈북민들은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기원했다. 동시에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약속했던 다른 합의사항들도 이변 없이 이행돼 고향으로 가는 길이 열리길 희망했다.

1946년 월남한 박청흠(82) 벽성군민회장은 20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지면서 과거보다는 한반도에 평화가 오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벽성군민회는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48년에 세운 단체다.

박 회장은 “월남 1세대 대부분은 80, 90대로 최근 연달아 세상을 뜨고 있다”며 “종전선언 추진과 완전한 비핵화 실현, 정상회담 상시화 등도 잘 이행돼 죽기 전에 북한으로 가는 길이 열려 가족의 흔적이 있는 고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황해도 벽산군 추화면에 살다 50년 12월 월남한 신화균(88)씨는 “북에 있는 가족이 모두 사망한 실향민들의 소원은 언젠가 부모 형제의 무덤을 찾아가 인사드리는 것 단 하나”라고 했다.

북한 체제를 경험한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을 여전히 불신하면서도 남겨진 가족과의 평화로운 재회를 꿈꿨다. 양강도 혜산에 살다 2005년 탈북한 안란희(45)씨는 “지인의 꼬임에 넘어가 중국에 물건을 팔러 나간 길에 인신매매를 당했다”며 “가까스로 탈출해 한국을 찾은 나와 같은 탈북자들도 꽤 많다. 북에 남겨진 가족을 다시 만나려면 어찌됐든 남북의 교류의 장이 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봉행사가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용화(65)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