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쇄신 이번에도 빈말이어선 안 돼

입력 2018-08-21 04:00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퇴직자 재취업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담은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로 재취업 비리가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 퇴직 간부 18명이 16개 대기업에 재취업했는데 이들의 연봉은 평균 1억5000만원이었다. 13명은 매월 수백만원을 업무추진비, 판촉비 등의 명목으로 받았다. 출근을 하지 않고도 1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이도 있었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가 연봉, 근무 조건 등 재취업 계획안을 수립해 공정위원장의 승인을 받았고 수뇌부가 일제히 대기업들을 압박해 재취업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감시해야 할 공정위가 대놓고 불공정 갑질을 해 온 셈이다. 재취업의 대가로 공정위가 해당 기업에 편의나 특혜를 줬을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퇴직자 재취업 비리는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현직자와 퇴직 재취업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 재취업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공직자 재취업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비사건 부서로 발령내는 등의 경력 관리도 하지 않기로 했다. 퇴직자, 기업, 로펌 등 공정거래 업무 관계자와 함께하는 외부 교육과정 참여와 기업·로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유료 강의도 전면 금지된다. 대기업과의 유착을 낳는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전속고발권도 일부 폐지할 방침이다. 이런 방안들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재취업 비리를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실천이다.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공정위는 쇄신 방안을 엄격히 시행해 조직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위 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조직 쇄신에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