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부터 좌쪽 인사 안 만나는 기조”

입력 2018-08-20 19:13 수정 2018-08-20 21:41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박근혜정부의 불법 보수단체 지원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지 14일 만인 20일 다시 법정에 섰다. 수척해진 얼굴에 양복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변호인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으로 향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법원행정처 간 재판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 심리로 열린 불법 보수단체 지원 사건 속행 공판 개정 10여분 전 미리 도착한 김 전 실장은 방청석에 앉아 변호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에게 “잘 지내요?”라며 인사를 전하거나, 자신의 변론을 맡은 이상원 변호사에게 “증인신문이 얼마나 걸릴까. 이 변호사. 증인은 하나뿐이지?”라며 재판 예상시간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김 전 실장은 힘든 듯 눈을 감은 채 피고인석에 미동 없이 앉아있었다. 재판에서는 오도성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이 “김 전 실장 취임 이후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분위기가 강화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오 전 비서관은 “2014년 하반기부터는 좌쪽 인사들은 만나지 않는 기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눈을 감고 답변을 듣던 김 전 실장은 미간을 강하게 찡그렸다.

한편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지난 13일 검찰에 소환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재판 거래를 직접 지시했고, 대책 마련을 위해 차한성 당시 행정처장을 비서실 공관으로 불러 소송 지연, 전원합의체 회부 등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