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수해현장 취재를 위해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라오스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들 중엔 단기선교팀이 많았습니다. 안전한 활동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고 라오스를 소개하는 유인물을 돌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중 수도 비엔티안에서 노방전도를 하자고 의기투합하는 팀이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더가 “복음을 전하는 건 우리의 책임이고 받아들이는 건 그들의 몫이니 열심히 선포하자”고 말하니 팀원들이 “아멘”으로 화답했습니다.
라오스는 공개적으로 선교활동을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장기 선교사들도 사업이나 교육 비자를 받아 조심스럽게 활동하는 이른바 ‘창의적 접근 지역’입니다. 단기팀이 현지 상황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활동하면 현장 선교사들은 어려움에 빠집니다. 추방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모한 팀’이 많은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선교를 배우고 선교사를 돕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지난 17일 비엔티안 중심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져 있는 A선교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마침 그곳엔 서울 묘동교회(이요한 목사) 청년 20여명이 활동 중이었습니다. 한 청년에게 어떤 사역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마을회관에서 주민들 모시고 잔치를 열었던 게 보람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교회는 지난 16일 주민 500여명을 초청해 잔치를 열었습니다. 직접 복음을 전할 수 없기에 ‘돌아온 탕자 무언극’이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과 같은 노래를 부르며 간접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알렸습니다. 잔치가 진행된 곳은 사찰이었습니다. “큰 행사인 만큼 사찰에서 열어 달라”는 현지인의 요청에 응답한 것입니다.
사실 잔치도 A선교센터를 이끌고 있는 선교사가 부탁한 일입니다. 이요한 목사는 “선교팀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부작용이 크다”면서 “준비 단계부터 A선교센터가 필요로 하는 사역을 주의 깊게 청취하고 이에 맞춰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를 두고 ‘맞춤 사역’이라 했습니다.
잘 준비된 사역은 모두에게 기쁨을 줍니다. 이날 만난 선교사와 팀원들은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선교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 건 가장 큰 결실입니다. 선교라는 작은 밀알을 마음에 심은 것이죠.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선교의 열매를 맺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선교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요.
비엔티안(라오스)=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준비된 단기선교는 선교지에 내리는 ‘단비’
입력 2018-08-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