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예산 증액 등 밝혔지만 소득주도성장 수정 싸고 엇박자
미·중 통상전쟁에 제조업 위축 고용 해법 없이 악재만 더 쌓여
7월 신규 취업자 수가 5000명에 불과한 ‘고용 재난’에 당정청이 19일 긴급 회동했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 도출 없이 악재만 켜켜이 쌓이고 있어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가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치를 월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낮춰 잡았지만 이마저 달성하기 어렵다는 ‘잿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재난 탈출법’을 두고 다시 이견을 드러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수정하느냐, 고수하느냐를 두고 미묘한 엇박자를 보였다.
당정청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일자리 사업과 추가경정예산 사업의 집행 점검을 강화하고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 패키지’도 신속 추진키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단기간에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지만 우선 일자리 정책과 추경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내년도 재정 구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부총리는 “그간 추진해 왔던 경제 정책에 대해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 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반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가 세우고 있는 경제 정책의 핵심 축은 흔들림이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성장의 혜택이 중산층·서민·자영업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청년·노인·저소득층의 소득을 확대하고 가계지출을 줄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을 병행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반전을 이끌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애써 부정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무너지는 고용지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근본적 처방전’은 나올 수 없다.
여기에다 ‘고용 시장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악화에 따른 제조업 경기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화 당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을 마냥 방치할 수 없는 형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줘 실물경기 하락, 고용시장 위축을 한층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청와대는 제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고용지표 개선 시점’으로 내다본다. 업황이 개선되고 자영업자 지원 방안 등 하반기 예정된 대책이 시행되면 경제에 온기가 돌면서 고용시장도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 참사의 원인을 찾아보라 지시했고, 모두들 그 답(최저임금)을 알고 있지만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용 참사가 매월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심희정 기자 zhibago@kmib.co.kr
뾰족수 없는 ‘고용 참사’… 또 “돈 풀겠다”
입력 2018-08-2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