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경제정책 수정 검토”… 張 “연말엔 상황 회복” 온도차

입력 2018-08-19 18:01 수정 2018-08-19 21:28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부터)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용 상황과 관련한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례적 일요일 긴급 회의 소집, “엄중 상황… 책임 통감” 한목소리
金-張 정책 놓고 이견 해석 나와…野는 “소득주도성장 버려야”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었다. 고용 악화에 즉각 대응하는 동시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그만큼 회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기념촬영이나 참석자 소개도 생략됐다.

비공개 회의는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엄중한 상황이다 보니 다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해결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고용 침체의 원인을 두고 심각한 얘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발언 때부터 굳은 표정으로 고용 상황에 대한 우려와 반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고용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청와대는 현재의 고용부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 악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인식 차이를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기업의 기를 살리고, 경제 주체가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그간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 당과 협의해 정책 수정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이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 소득주도성장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반면 장 실장은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감히 말씀드린다”면서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 국민이 빠른 시일 내에 정책 효과를 실감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고용 악화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인식으로 보인다. 그는 회의를 마치고서도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에는 다시 상황이 회복될 것”이라며 현 정책의 효과가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장 실장과 인식을 같이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 10년이 걸린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현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인식 차이는 회의 모두발언에도 나타났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혁신성장만 강조했고, 장 실장과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장 실장은 회의 뒤 ‘김 부총리와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미세적인 정책 보완을 두고 이견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며 갈등설을 진화했다.

야권은 당정청 논의 결과를 혹평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논의 결과는 우이독경”이라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전면적인 방향전환을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한 참모들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세금 퍼주기 재정정책으로 ‘경제폭망’의 길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판 이종선 신재희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