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에게 공동목회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예배당 한 곳을 여러 교회가 돌려쓰는 방식은 결국 ‘주일 오전 11시 예배’를 어느 교회가 드릴지의 문제로 귀결됐다. 자연히 갈등이 생겼고 공동목회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인천 청지기교회(고희준 유태성 정병철 목사)는 이런 흐름을 뒤집었다. 원래 4명의 목사가 한 교회를 섬기기로 했다. 한 목회자가 1년씩 대표목사를 맡아 주일예배를 관장한다. 다른 두 목사는 매일 아침 새벽예배와 수요 및 금요예배를 인도한다. 각자 전도 양육 복지 등 전공을 살려 사역을 나눠 맡는다. 교회의 대소사는 한 달에 한 번 모두 모여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2012년 한 목회자가 ‘더 험한 곳에서 섬기겠다’며 탈퇴를 선언했을 때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2005년 창립 후 14년째 ‘원 팀’을 이루며 강소형교회를 정착시킨 세 명의 목사를 지난 17일 인천 서구 마전동 교회 예배당에서 만났다.
세 목사는 성결대에서 공부하던 1991년부터 공동목회를 고민했다. 올해 대표를 맡고 있는 정병철 목사는 “교내 어린이선교 동아리인 ‘애양선교회’에서 장대영 목사를 포함한 4명이 ‘사도행전에서 보여주는 공동체적 교회를 만들어보자’며 뭉쳤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함께 살아야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자취방을 구해 생활하면서 ‘청지기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각자 다른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을 때도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성경공부와 팀 목회 연구를 계속했다. 연애할 때도 ‘팀 목회 원칙’은 지켜졌다. 팀 목회의 뜻에 공감한 목회자들의 여자친구들은 이후 청지기교회의 사모들이 됐다. 팀 목회를 구상한 지 15년 만에 교회를 세웠다. 유태성 목사는 “15년 동안 지내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부교역자가 됐다”며 웃었다.
한 사람의 일을 네 사람이 하면서 각자의 사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교회를 창립한 지 7년이 지난 2012년부터 이들은 각자 4개월씩 안식 기간을 가졌다. 이때 해외 선교지 등을 다녀온 이들은 해외 선교를 고민하면서 사역을 확장했다.
이들 목사는 팀 목회도 결국 공동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무엇을 잘하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희준 목사는 “사역을 시작하고 3년 정도까지는 의욕이 넘쳐서 치열하게 싸우고 밤샘 토론을 하는 날이 많았다”면서 “서로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는 잘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성도들도 색깔이 다른 세 목사의 설교가 각각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말한다”며 “해가 바뀌면 ‘올해는 목사님이 주일설교를 하네요’ 하며 말하는 성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팀 목회가 한국교회 내에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독교인 수가 줄면서 개척교회들이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더 많은 목회자들이 팀 목회뿐 아니라 다양한 목회방식을 구상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은 목사와 교회 모두 공동체라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세 목사는 그동안의 목회 경험을 기록한 공동 에세이집을 펴낼 예정이다. 고 목사는 “청지기교회의 존재는 분명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성과를 정리해 새로운 방식의 목회를 구상 중인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한 지붕 세 목사’ 공동목회의 정석 보여주다
입력 2018-08-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