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10명 중 3명 이상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대학 간다.” 문재인정부의 대입 개편안 핵심 내용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개편안 첫 적용대상인 중3 학생들도 달라지는 지형에 맞춰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30% 룰(수능 전형 비중)’을 제시했지만 대학들이 성의 표시차원에서 조금 더 늘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수시 이월 인원까지 포함하는 실질 비율이 35∼40% 수준으로 예측된다.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3곳이 관건이다. 서울대의 수능 비중은 20.4%, 고려대 16.2%, 이화여대 20.6%(현재 고2가 치르는 2020학년도 기준)다. 이들 대학이 정부가 요구한 최소치를 충족하려면 2021∼2022학년도에 매년 5∼7% 포인트씩 수능 비중을 늘려야 한다. 다른 주요 대학은 수능 비중이 20% 중후반대여서 큰 무리 없이 정부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능 비중을 뺀 나머지 영역은 대학 자율에 속한다. 다만 정부가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수시는 학생부 위주로, 정시는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라는 요구다. 특히 논술은 단계적 폐지를 요구했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의 수시모집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중·하위권은 학생부교과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중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상위권 대학의 관심사는 경쟁 대학보다 우수 인재를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는 것이다. 중·하위권은 학생 유치를 통한 생존 자체가 중요하다. 상위권이든 중·하위권이든 정시보다 수시가 유리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위권 대학의 입장에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안전판이 살아남았다.
서울의 A대학이 학종 35%, 수능 25%, 논술 15%, 실기 15%, 학생부교과 10%로 학생을 뽑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번 정부 조치로 논술과 실기, 학생부교과 등을 줄여 수능 비중을 30% 이상으로 만들고 나머지를 학종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의 대입 전형이 학종과 수능으로 재편되면서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가 ‘꽃놀이패’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능 비중을 30% 이상 보장해줬기 때문에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에 유리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이 학종이든 수능이든 유리하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학종 인프라가 대다수 일반고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 역시 자사고와 특목고가 대다수의 일반고보다는 높은 게 현실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의 최대 고민은 내신 성적이다. 고교 내신은 아직 상대평가다. 성적 우수자가 몰린 자사고와 특목고가 불리한 구조다. 이는 최근 수능 비중 축소에 대한 불만과 맞닿아 있었다.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은 내신 성적을 따기 불리해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기 상대적으로 빠듯하다.
이런 와중에 수능 위주인 정시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 불만이란 것이다. 이번에 교육부의 ‘수능 30% 룰’은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 가운데 내신이 떨어지는 학생이라면 안정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면 된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입시전문가는 “좋게 말하면 자사고와 특목고를 고민하던 중3 학부모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줬다. 자사고와 외고 인기는 회복할 전망이다”며 “문재인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대입 개편 중3 어떻게 준비할까…상위권 대학, 수능·학종으로 양분될 듯
입력 2018-08-20 04:00 수정 2018-08-20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