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많은 빚… ‘한교총·한기연 통합’ 예정대로 될까

입력 2018-08-20 00:02
권태진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통합추진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신상범 한국교회총연합 통합추진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기연 사무실에서 통합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기연 제공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기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합의서를 발표했다. 두 단체는 ‘오는 12월 첫 주에 통합총회를 개최하고 공 교단, 3명의 공동대표회장 중심의 체제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통합 계획을 내놨다.

당초 양 기구는 사무실을 합치는 날짜를 다음 달 4일로 확정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한기연의 부채가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무실 통합과 직원 승계, 법인 활용 등 ‘알맹이’가 빠진 채 합의서가 발표됐다. 통합합의서는 발표했지만 추후 성사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통합합의서 발표 배경을 이해하려면 한기연이 통합 논의에 적극 나서게 된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한기연은 기구 통합 논의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기연의 핵심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대신 합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이 지난해 탈퇴해 한교총을 출범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기연은 핵심 교단이 한교총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연간 9억원 넘는 운영경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남은 군소교단의 힘만으로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최근 사무실 운영 등에 있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조직 유지를 위해 통합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교총 관계자는 “한기연에 대해 실사를 한 결과, 예상보다 부채 규모가 훨씬 컸다”면서 “17일 통합을 전격 발표하려 했지만 부채 문제가 크다 보니 신중히 접근하자는 의견이 많아 원칙적 합의 내용만 발표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기연도 현재 직면한 재정부족 문제 앞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권태진 한기연 통합추진위원장은 “한기연 내에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군소교단 중심으로 반대를 하고 있는데 반대를 해도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양 기구의 통합은 한기연이 지닌 부채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한교총은 회원 교단들이 그동안 한기연에 납부하지 않았던 미납금 수준의 지원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향후 한기연의 부채와 직원 승계, 법인 활용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 통합의 주요 사항을 합의하면 각각 임시총회를 개최해 정관을 변경한 뒤 기구 통합을 완료한다.

변창배 한교총 대변인은 “양 기구는 내년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감당하기 위해 종교개혁 정신에 따라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서로 상처받지 않도록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