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서 24일 관련 법안 심사 돌입
이달 임시국회서 통과 가능성 높지만 산업자본 지분 등 민감한 문제 많아
일부선 디지털 차별화에 의문 제기, 핀테크 혁신 지지부진하다 지적
文 대통령 지지층 반발도 매우 거세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 완화’ 논의가 이번 주에 분수령을 맞는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금융회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쓰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금융규제 혁신 1호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를 천명했다. 여야도 ‘협치 1호’ 법안으로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살펴보고 있다. “낡은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대세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은 여전하다. 기존 은행과 비교해 ‘디지털 차별화’를 찾을 수 없고 핀테크 혁신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도 거세다. 전문가들은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만큼 인터넷은행의 사회적 편익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현재 발의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은 총 6건이다.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은행 특례법 4건 등이 계류돼 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을 얼마나 허용할지는 법안마다 다르다. 정부와 국회는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례법을 기준으로 논의를 진행해왔다. 정 의원 법안은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34%까지 높이는 대신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은 제외하도록 했다. 삼성이나 현대차 등 재벌기업의 진입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김용태·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는 지분 한도를 50%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특례법은 금융자본이 최대 주주인 경우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25%까지만 허용하고, 인터넷은행이 증시에 상장될 때 지분을 15%로 낮추도록 했다. ‘50%안’이 통과되면 산업자본이 단독으로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25%안’은 산업자본의 진입 폭을 넓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자본의 과도한 잠식을 막으면서도 규제 완화의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진입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논쟁거리다. 정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김범수 의장이 총수인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약 8조5000억원 규모인 카카오의 자산은 조만간 10조원을 초과할 예정이다. 은산분리 완화의 수혜를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인 카카오가 누리지 못하게 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전체 자산 중 ICT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정무위에 제출했다. 이 경우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인터파크 등 ICT 기업의 진입이 자유로워진다. 대신 대기업 계열사인 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 등은 불가능하다.
국회 논의가 출발했지만 반대편에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가 ‘장밋빛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물음표를 단다.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터넷은행의 성과에 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조사관은 “인터넷은행으로 ‘메기효과’가 발생했다는 일부 평가가 있지만, 독과점인 은행업에 25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등장해 생긴 효과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 완화’와 ‘금융 혁신’의 논리적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 부분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관련된 것으로, 은산분리 완화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어 “고용 촉진 효과도 비대면 거래가 핵심인 인터넷은행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Wide & deep] ‘낡은 족쇄 풀자’ 급물살 속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입력 2018-08-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