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군대를 맞아 제갈공명은 적벽에서 화공(火攻)을, 관우는 번성에서 수공(水攻)을 펼쳤다. 재정정책 역시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확대할지, 곳간을 지킬지를 선택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재정포럼’에서 삼국지를 인용하며 재정지출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10만명대로 내려앉은 일자리 증가폭, 악화되는 소득분배, 저출산·고령화, 혁신성장, 남북 경제협력 추진 등에 대응하려면 적극적인 ‘재정 확대정책’을 펼칠 시기라는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5.7%로 잡았지만 투자 필요성을 감안해 2% 포인트 올린 7.7%보다 높은 수준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포럼 직후 대한상의 서울기술교육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늘리고, 지급기간도 연장하겠다”며 “1조2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맞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정훈 선임연구위원은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김 부총리의 주장을 거들었다. 소득 최하위 10%와 최상위 10%의 격차를 뜻하는 10분위 배율은 1990년 3.86배에서 2014년 4.79배로 늘었다. 특히 66세 이상 노인인구의 45%가 빈곤계층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빈곤계층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해 양극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김 부총리는 “세수여건이 좋아 당장 내년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60조원이 더 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김 부총리는 “10년 뒤에는 인구구조 등을 이유로 대단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원 마련을 위한 ‘보편적 증세’ 등을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3%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3%)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김동연 부총리 “재정 확대할지 곳간 지킬지 선택해야”
입력 2018-08-16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