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회가 개막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마주 앉았다. 문 대통령은 크게 다섯 가지를 얘기했다. 셋은 예상했던 것이었고 둘은 그 범위를 조금 벗어나 있었다. 대통령은 규제혁신 등 민생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달라, 4·27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 달라고 했다. 경제·협치·평화를 말한 뒤 꺼낸 두 가지는 “평양에 같이 가자”와 “선거제 개편을 지지한다”였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자유한국당도 동참한 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남북 국회 회담을 주문했다. 야당이 원하는 것을 주면서 받을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거래를 시도한 셈이다. 어쩌면 이것은 정치의 본질일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회동에서 합의문이 만들어졌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본격 가동하고, 8월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남북 국회·정당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의당이 규제혁신 법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 외에 표면화된 이견은 별로 없었다. 상설협의체는 11월부터 분기마다 개최한다는 일정까지 나왔고, 판문점 선언 비준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남북 국회 교류 방침이 합의문에 담겼다. 협치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지난해 봄과 가을 그리고 올해 봄까지 청와대와 여야는 계속 만나 왔지만 국민은 대화의 결실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늘 정파적 이해관계가 협치의 명분보다 앞서 있었다. 2020년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이날 회동의 정신을 구현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합의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며 실천에 필요한 것은 양보다. 세 가지 합의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제1야당의 적극적인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국당이 여·야·정 협의체에 합의한 목적은 탈원전 등 정부 정책의 속도조절을 유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판문점 선언 비준도 비핵화가 진전된 후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동 결과가 실천으로 옮겨지려면 더 많은 설득과 양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사설] 청와대 회동서 엿본 협치 가능성 이번엔 살려가기를
입력 2018-08-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