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인간을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고전 3:16)이라고 말씀한다. 인간 몸이 주님의 말씀과 영이 임재하는 ‘집’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몸을 묵상하면 그분의 손길이 보이고 건강하게 사는 지혜가 보인다. 이창우 서울 선한목자병원장은 인간 신체의 움직임과 질서 속에서 기독교 신앙의 통찰력을 제시해 왔다. 국민일보는 이 원장이 전하는 ‘몸속 하나님 말씀’을 연재한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
잠은 인간이 몸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일으키는 최초의 몸짓이다. 태아는 거의 모든 시간에 잠을 잔다. 태아는 탄생 순간 눈을 감고 있다. 엄마의 자궁벽에 눌려 물을 토해 내면서 울음으로 인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또 잔다.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잔다. 생명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총력적으로 매달리는 몸짓이 잠이다.
왜 생명들은 역동적인 움직임보다 정적인 잠에 집중하는 것일까. 잠을 잘 때 우리 몸 안에서 생명을 향한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몸이 우리의 생체 시계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잠은 부동의 정적 상태이지만 사실은 회복과 창조를 향한 전력질주라 할 수 있다. 긴장하던 대뇌가 긴장을 낮추고 모든 신체기능이 회복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최소의 역할만 담당하게 만든다.
맥박도 평소보다 10회 이상 떨어지고 체온도 1도가량 낮아진다. 마치 컴퓨터가 절전 모드에서 에너지를 줄이고 디스크 조각을 모으고 바이러스 백신을 가동하는 개념과 같다. 잠을 잘 때 인간은 회복되고 자라나고 새로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제로’에서 하나님이 일하신다
이처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잠’이라는 매우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잠은 의학적으로 몸의 활동이 거의 정지된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의식과 반응, 감각이 죽은 듯이 정지한 휴식의 상태다. 우리 몸이 하루 24시간 중 6∼8시간 정도는 ‘무방비 상태’ ‘나의 의도된 행위가 멈춰 버린 상태’에 놓인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모든 피조물이 하루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에 아무 일, 아무 생각, 아무 의도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잠’이라고 하는 특수한 상태 속에 구속해 두셨다는 뜻이다.
계산해 보면 하루의 3분의 1, 그리고 인생의 3분의 1은 잠을 잔다. 놀랍지 않은가.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태양빛에 거슬리며 힘차게 뛰어 돌아다니던 ‘존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nothing), ‘비존재’ 상태 속에 놓인다. 인간의 모든 노력과 수고가 멈춰 버린다. 인간이 아무리 하나님을 거역하고 불순종하더라도 인간은 잠이라는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열심’의 절대 체계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잠은 내 모든 의도와 열정을 제로(zero)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제로가 됐는데 하나님이 내 모든 것이 되셔서 하나님의 원하심과 섭리로 내 인생을 이끌어 가신다. 내가 온전히 내려놓을 때, 나의 잠듦 속에서 하나님은 전력 질주하신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하나님 나라, 구원 역사는 인간의 노력이나 율법적 수고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있는 것이다.
몸의 생체시계를 태양에 맞춰야
오늘날 현대인들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노심초사한다. 자지도 않고 무엇인가 한다. 소중한 ‘잠의 은혜’를 모른 채 말이다. 생명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인공 시스템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잠은 잘 자는 게 중요하다. 잠을 잘 자기 위한 한 가지 중요 조건은 우리 몸에 장착된 ‘생체 시계’가 자연의 시계인 태양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몸은 어둠의 상태가 될 때 잠에 드는 수면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리고 빛이 왕성할 때, 활동을 왕성케 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창조돼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자연의 시계’와 일치시킬 수 있을까. 이치는 간단하다.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일, 부모 자식으로서 내가 맡은 자리에서 주어진 사명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것, 즉 ‘성실’이 우리 마음을 편안케 하고 몸에 필요한 일정량의 ‘피로’를 쌓이게 한다. 성실로 빚어낸 아름다운 피로가 잠을 잘 자게 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세우시고자 하는 그 집이 오직 하나님의 열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내게 주신 자리에서 깨어 있는 동안 겸손하고 성실하게 사명의 길을 걷는 사람이 바이오시스템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여호와께서 사랑하셔서 평안한 잠을 허락해주시는 복된 사람이다.
창조주를 향한 다윗의 고백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자는 사람은 아기다. 아기는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잔다. 아기가 오랫동안 잘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의 품에 안겨 있기 때문이다.
말년의 다윗왕은 가장 깊은 신앙의 단계를 근원자의 품을 파고드는 아기의 모습이라 고백했다. 시편 131편에서 다윗은 자신을 ‘어미 품에 있는’이라 하지 않고 ‘어미 품에 있음 같게 한 아이’(2절)라 했다.
무슨 말일까. 자신의 상황을 어미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의 상태가 아니라 젖을 뗀 아기가 어미 품이 그리워 그 품을 사무치게 갈망하고 있는 상태로 고백한 것이다.
어미의 품에 있다가 젖을 뗀 아이의 심정이 무엇일까. ‘근원에 대한 절대적인 요청’이 아닐까. 그 품이 아니면 죽어 버릴 것 같은 그런 상태 말이다.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권력이 막강해도 절대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인간의 근원적인 고통을 느끼고 있던 다윗의 고백은 이런 게 아닐까. “하나님 품에 저를 맡기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뿌리에서 잘려나간 가지가 원뿌리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듯, 저도 하나님께 붙어 있어야만 살 수 있습니다.”
잠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안으시겠다는 사인이다. 주님은 오늘도 몸과 마음을 창조주 당신께 온전히 맡기라고 고요하게 부르신다.
▒ 선한목자병원장 이창우 박사는
1961년 인천 출생, 97년 한양대 의대 의학박사, 97∼9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박사연구원, 피츠버그대 의대 스포츠의학연구소 객원 연구원, 하버드대 의대 정형외과학 방문연구원, 2001년 서울 선한목자병원장, 2004년 라오스와 파키스탄에 선교병원 설립, 2006년 네팔 선교병원 설립, 2009년 미얀마 선교병원 설립, 2011년 필리핀 선교병원 설립, 2015년 제31회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저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규장) ‘바디 바이블’(서우).
☞ 잠에 대한 건강지식
인간의 잠은 보통 5단계로 이뤄진다. 잠들기 시작하면 뇌파가 잔잔해지면서 긴장이 완화된다. 그 과정이 1∼4단계를 거치며 잠이 깊어진다. 이때를 비REM(Non Rapid Eye Movement) 수면상태라고 한다. 4단계 과정 후 뇌파가 느려지고 깊고 안정된 뇌의 파장이 형성된다. 점점 더 깊은 잠에 빠져들면 흔들어도 깨지 못하는 완전한 휴면상태에 들어간다. 5단계에 들어서면서 급속한 안구운동을 일으키는 REM 수면상태를 맞는다. 이때 꾼 꿈을 기억한다고 해서 꿈 수면의 상태라 부른다. 인간은 수면의 5단계를 4∼5회 거치며 가수면 상태와 깊은 수면 상태를 반복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간의 의식이 무의식 차원에서 회복되고 생명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선한목자병원장 이창우 박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이창우 박사의 바디 바이블] 잠은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회복과 창조를 향하는 시간
입력 2018-08-20 00:00 수정 2018-08-27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