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세계관적 설교’ 펴낸 전성민 VIEW 교수] “모든 설교는 세계관적 설교여야 한다”

입력 2018-08-17 00:01
‘세계관적 설교’를 쓴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전성민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나눔교회에서 북토크를 열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에서 ‘세계관 운동’은 보수화되고 대중과 유리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면에서 ‘세계관적 설교’(성서유니온)라는 책 제목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책장을 펼치면 이 책이 성경읽기와 설교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흔들어대는, 매력적인 책임을 깨닫게 된다.

책을 쓴 이는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에서 세계관 및 구약학을 가르치는 전성민 교수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나눔교회에서 북토크를 열기 전 그를 만났다.

전 교수는 “세계관 운동이 설교라는 매개체를 통해 교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성경 본문을 세계관적 논점에서 해석하고 주제를 택해 쓴 설교문을 목회자 격월간지 ‘묵상과 설교’에 연재해왔다. 이를 토대로 창조, 일상, 공공의 복음이란 세 주제로 나눠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성경적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설교를 들려준다.

그렇다면 세계관적 설교란 무얼까. 그는 “성경 본문이 어떤 세계관을 전제로 기록됐고, 독자들이 어떤 세계관을 갖도록 도전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성경해석을 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기독교 세계관의 특징이 되는 주제를 다루고 이를 통해 세계관의 변화를 목표로 삼는 설교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책을 통해 세계관에 따라 성경읽기와 설교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1부에서 창조-타락-구속이라는 기독교 세계관 중 한국교회가 구속 신앙을 강조하느라 간과해왔던 ‘창조’의 복음을 펼쳐 보인다. 그는 “하나님의 구속은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리고 새것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돈, 일과 안식, 공동체, 음식, 소명 등을 통해 일상의 복음을 다룬다. 3부 공공의 복음에서는 동물, 상식, 국가, 시민불복종 등 그동안 한국교회 강단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들을 설교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꼼꼼한 성경주해가 인상적이다. 그는 “본문의 텍스트를 일일이 논증하면서 차분하게 독자들을 설득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연구 분석도 이 못지않게 심도 있다.

전 교수는 “사실 모든 설교가 세계관적 설교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이 “우리 교회에는 진보부터 보수까지 다양한 신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 이면엔 ‘성도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상관없이 설교할 수 있다’가 아니라 ‘그래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설교하기 어렵다’는 함의가 있다.

그렇다면 세계관적 설교가 하나의 정답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전 교수는 “구체적인 질문의 대답을 바로 하는 대신,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스로 답을 떠올리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난민이란 단어를 쓰지 않아도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바른 이해와 에스겔 47∼48장에서 회복된 세상의 원리가 평등과 포용임을 전함으로써 난민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관점의 차이, 다양한 의견이 신앙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태도’에 있다”며 “자기 입장이 무엇인지, 정말 일관된 것인지를 내재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적 성찰 다음은 열린 대화다. 전 교수는 “한국교회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걸 타인이 지적할 때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이 덜 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내 생각이 기독교적인 가치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일반 경험에 의해 형성된 다른 세계관은 아닌지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세계관의 변화를 촉발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전 교수는 “제 글이 저마다 기존의 세계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할 때, 그 새로운 경험의 기독교적 의미를 밝혀주는 틀을 제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