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오후 4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사파리 모자에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청년들이 공원에 속속 모여들었다. 35도에 육박한 날씨 탓에 온몸이 땀으로 젖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행군 마지막 코스에 도달해서인지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21박 22일간 국토를 종단하며 기도한 ‘2018 국토기도대장정 위두웍(we do walk)’ 행군단원이다. 위두웍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총회장 윤기순 목사) 청년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2011년부터 매년 국토를 종단하며 나라와 민족, 통일,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왔다. 올해 주제는 ‘70년 통일문 여소서’로 구간별 부분 참가자를 포함해 160여명이 동참했다.
지역별로 부산, 여수, 고성, 강화 등을 출발해 대장정 종착지인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집결한 단원들은 ‘임진각 통일집회 및 해단식’에 참석했다. 이날 설교한 이강춘 예성 총무는 “아직 통일의 문이 열리진 않았지만 우리가 발걸음을 옮기며 기도했듯 주님께서 평화통일을 이루실 것을 믿는다”며 “국토기도대장정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하나님이 행할 일을 기대하며 사는 청년이 되자”고 격려했다.
500여㎞에 달하는 대장정에 오른 단원들은 하루 평균 28㎞를 걸었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오전 4시에 기상해 새벽예배를 드린 뒤 걷기 시작해 한낮엔 쉬고 오후 5시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숙식은 전국 교회 72곳에서 해결했다. 지역 교회들과 함께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연합집회도 열었다.
기독 청년들이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국토대장정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응원하러 온 목회자들도 적지 않았다. 14일엔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임현수 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목사가 단원들을 찾아와 설교하고 격려했다.
참가자들에겐 이번 대장정이 삶과 신앙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태국에서 온 박지석(18)군은 “부모님이 선교사라 한국에서 산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번 기회로 우리나라를 더 잘 알게 됐다”며 “행군하며 불평과 불만이 사라지고 감사하는 태도를 갖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지나(21)씨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하나님의 보호 덕에 아무도 다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군에서처럼 일상생활에서도 힘든 상황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곁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회인 위두웍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위두웍 미니스트리는 향후 대북 교류·협력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당분간 국토기도대장정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위두웍 미니스트리를 창단한 이규(신촌아름다운교회) 목사는 “분단의 벽이 무너지고 통일의 문이 열려 북한에서 국토기도대장정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하고 있다”며 “8년간 위두웍을 통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나라와 민족, 통일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국토 종단 ‘2018 국토기도대장정 위두웍’ 해단식 “통일문 열려 北으로 대장정 이어지길”
입력 2018-08-1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