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게 금융규제 풀면, 대란·대란…

입력 2018-08-16 04:04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이 큰 틀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풀어서는 안 될 규제까지 무작정 풀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섣부른 규제 완화로 과거 신용카드 대란이나 동양그룹 사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15일 “무식하게 규제를 풀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2000년대 초 신용카드 부실대출 사태를 꼽았다. 당시 김대중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규제를 상당수 완화했다. 1999년 5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하고 카드사가 고객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카드사들은 고객이 다른 카드사에서 얼마를 빌렸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정부가 섣불리 규제를 풀어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다”며 “금융시장에 이런 지뢰밭이 한두 개가 아니다”고 했다.

금융회사의 ‘공적 성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산업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어 어느 정도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금융회사의 부실 여부나 금융 시스템 혼란 등을 살펴보면서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권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명확히 유지하고, 그 외 부분에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해 전문가들은 ‘확실한 보호’를 강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문제를 일으킬 경우 강도 높게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규제를 완화할 때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판단을 거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중·삼중으로 얽혀 있는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규제를 푼다고 금융 안정성이 깨진다거나 무자격자가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옥죌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양민철 나성원 임주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