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사, 신약 개발 실패·임상 중단도 공시해야

입력 2018-08-15 18:30 수정 2018-08-15 21:18

핵심 연구 인력 실적 확인 등 투자자들 고려 사항도 공개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 적용 ‘모범 사례’ 강제 아니어서 지키지 않아도 제재는 못해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부실 공시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신약 개발 정보나 투자 위험에 대한 공시를 충분하게 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오는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 공시 모범사례를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연구인력의 연구실적 확인 등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포인트’도 공개했다.

금감원은 15일 이런 내용의 제약·바이오업체의 공시실태 및 투자자보호 방안을 공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63개 제약·바이오업체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신약 개발 등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 내용이 불충분했다”며 “공시 강화를 위해 모범사례 전파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시장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신약 개발의 위험성이 높다. 신약 개발의 경우 절차가 표준화돼 있는데 신약 후보물질 발굴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1∼3상을 거쳐 정부 판매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바이오업체들이 신약 개발을 내세워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임상1상에서 판매 승인까지 통과할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정부 판매 승인까지 개발 기간만 약 10∼15년이 소요된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고 보고한 건수는 166건으로 임상시험 계획 승인 건수(2230건)의 7.4%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개발 중단, 임상 실패 등을 정확히 알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다 신약 개발은 전문인력 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제약·바이오업체들은 연구부서 조직도만 기재하고, 핵심 연구인력의 실적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3분기부터 업체들이 신약 개발의 진행단계도 표 등을 사용해 공시를 작성하도록 했다. 임상실패 및 개발중단 등의 여부도 공시해야 한다. 각 연구원들의 국제 학술지 논문게재, 학회 발표 여부 등도 알리도록 했다.

다만 금감원이 공개한 공시 모범사례는 강제 사항이 아니다. 기재 범위와 내용은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지키지 않아도 제재하지 못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키지 않을 경우 계속 정정요구 등을 할 계획”이라며 “대부분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모범사례를 따라 공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에 금감원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도 배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신약이 출시돼도 투자비용을 회수할 만큼의 판매가 이뤄질 확률은 높지 않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29개 가운데 연간 100억원 이상 판매된 품목은 5개에 불과했다. 유사한 신약을 다른 회사에서도 개발 중인 경우가 많은데 경쟁제품의 개발 진행단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약·바이오업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셀트리온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매도 의견’ 보고서 등에 영향을 받아 가라앉아 있다. 향후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결과에 따라 제약·바이오업체 전반의 투자심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바이오업체들에 대한 회계감리도 진행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