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민의 분노가 분출되면서 국가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제기됐다. 10년 전 한때 불거졌던 이른바 ‘중국 붕괴론’의 연장선이다.
중국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지낸 덩위원(사진) 차아얼학회 연구원은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무책임한 관료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경제위기가 닥치면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의 제목도 무역전쟁이 ‘중국 붕괴’ 공포를 키우고 있다고 달았다.
덩 연구원은 “10년 전 중국 붕괴론이 나돌았지만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면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다”며 “그러나 올해 다시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위기의 이유로 최근 불량백신 유통 사건에서 비롯된 정부의 신뢰 추락을 꼽았다. 백신 스캔들은 어린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취임 후 5년 이상 부패와의 전쟁을 벌였는데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두 번째로 책임 회피에 급급한 중국의 관료시스템이 거론됐다. 관료들이 사회 병폐와 대중의 분노, 그리고 해법을 알면서도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덩 연구원은 “이는 국가권력이 1명에게 집중돼 맹목적으로 지도자를 따르는 풍토가 심화되면서 대부분 관료들이 상부 지시를 기다리는 등 수동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백신사태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도 지방 관료들은 손 놓고 있다가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질타를 하자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까지 터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주식·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고정자산 투자와 소매판매 증가율이 떨어지는 반면 실업률은 높아지는 등 무역전쟁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대규모 부도와 실업률 상승, 심각한 인플레이션 등 경제에 큰 혼란이 우려된다.
중국은 과거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서방 제재를 받아 어려움을 겪었으나 당시는 문화대혁명의 기억이 남아 있는 때여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인들은 부모세대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세대여서 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지면 분노가 폭발할 수 있다. 덩 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국가 통치력은 가장 큰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정부가 이번 상황을 잘못 컨트롤하면 변화의 바람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정부 신뢰 추락, 복지부동 관료들, 대미 무역전쟁 위기감…중국 붕괴론 ‘부활’
입력 2018-08-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