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비공개 회의 끝나고 언성 높인 ‘김동연 vs 정치인 출신 장관’

입력 2018-08-15 17:58 수정 2018-08-15 23:25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세 번째)가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총리 왼쪽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의 초점은 ‘폭염’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번 폭염은 특별재난에 준하는 것이므로 전기요금에 대해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할 수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시했었다.

그런데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별도 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내년도 최저임금 재심의’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16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시간당 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었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이 총리는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불복운동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의 최저임금 이의신청과 관련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20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치인 출신 장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을 두고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불협화음설이 불거진데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도 정부 안에 갈등이 있었던 셈이다.

김 부총리는 사용자단체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2년 연속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고용시장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고, 혁신성장에 무게를 두는 올 하반기와 내년 경제 운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조금이라도 조정이 된다면 고통 받는 소상공인 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위원들 앞에서 대통령 공약 이행 등 정무적 판단도 중요하겠지만 경제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로서 부담이 큰 점을 호소한 셈이다.

그러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일부 장관은 재심의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재심의 전례가 없고, 잘 관리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국무위원 간에 언성이 높아지자 마무리하자며 회의를 끝냈다고 한다. 이날 회의가 있고 사흘이 흐른 지난 3일 고용부는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재심의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불복 운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17일 통계청이 발표할 예정인 ‘7월 고용동향’에서도 고용지표가 개선될 기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일자리 절벽’ 상황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