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최연소 한국당 비대위원 정현호 “어르신정치 아래 마크롱 나올 수 없다”

입력 2018-08-16 04:00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이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6일 비대위회의 때 일부 중진 의원이 “엄숙한 회의에 저런 차림은 좀 그렇지 않냐”고 지적했던 반소매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있다.김지훈 기자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자유를 얘기하면서도 고용주의 자유만 챙겼지 근로자들의 자유는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았다. 재벌, 상류층, 엘리트들을 대변한다는 인식만 주니까 우리 같은 청년들이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만 31세로 한국당 비상대책위원 가운데 최연소인 정현호 비대위원은 15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젊은층에게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다. 그는 지난 4월 새신랑이 돼 신혼의 단꿈을 즐길 때지만 좌초 위기에 놓인 제1야당의 SOS에 응답했다.

정 위원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13년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처음 생긴 청년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과 청년특별위원장을 거치며 일찌감치 기성 정치와 청년세대 간 접점 찾기에 눈을 떴다.

정 위원은 한국당의 당대표실에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액자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사진이야 당이 배출한 정치 지도자 사진에 불과하지만, ‘박정희식 카리스마 리더십’은 현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당원들이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시대가 요구하는 쪽으로 가치 변화, 정책 변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최근 비대위회의 때 반소매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참석했다가 일부 중진 의원에게 ‘복장불량’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은 “복장도 발상도 자유로운 것이 좋다”며 정 위원을 두둔했다.

그는 한국당에 젊은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당이 그동안 각계에서 결과를 내거나 인정받은 ‘성공한 사람’ 영입에 공을 들이면서 내부의 인재 육성은 게을리한 탓”이라며 “보수의 가치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찾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이 정치를 하려면 기성 정치권에 기여하고 공천받는 길밖에 없는 한국 정치에서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최고지도자가 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같은 젊은 리더가 나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재 우리 정당에서 청년 정치인은 ‘자기 정치’가 아니라 공천을 해주는 ‘어르신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청년 관련 당직이라도 당대표가 임명하는 식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뽑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산하 시스템·정치개혁소위에 소속된 정 위원은 청년의 비례성 확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 분포를 보면 20, 30대가 27.3%(약 1414만명)를 차지하지만 현역 국회의원 중 20, 30대는 겨우 2명 정도다. 전체 의석의 0.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국회의원의 97.3%가 40∼60대인데, 이 연령대는 전체 인구의 44.3%”라며 “비례성을 감안해 젊은 정치 지망생이 현실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천 혜택 등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정치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정치 스타트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당과 비대위에 지속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