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전범기)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전범기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제품이 버젓이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5일 “인터파크, 쿠팡 등 국내 온라인 쇼핑몰 5곳에서 전범기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Rising sun flag’로 검색하자 공책, 휴대전화케이스 등 4종류의 제품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해당 제품은 15일 오후 모두 쇼핑몰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서 교수는 지난 10일엔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문제 제품 400여개를 확인하고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그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전범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광복절을 맞아 국내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서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쇼핑몰 업체가 거래를 중개만 한다고 해도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건 문제”라며 “관련 검색어를 금지어로 지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전범기는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와 같은 제국주의의 잔재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이나 유명 인사가 이를 단순한 ‘디자인’으로 여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전범기가 연상되는 홍보 동영상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고 삭제했다. 지난 4월에는 2018 러시아월드컵 주제곡 뮤직비디오에 전범기 의상을 입은 여성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서 교수는 “하켄크로이츠는 독일과 주변국이 사용 자체를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일본은 전범기에 대해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전범기를 활용한 상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보니 외국에서도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하나로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이라며 “우리 스스로 문제를 알고 캠페인을 벌이면 전범기를 퇴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지난달 18일부터 전범기의 실체를 알리는 ‘리멤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얼굴에 전범기 모양 상처를 그린 모델의 사진과 “욱일기는 일본 침략전쟁의 상징”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SNS 운동이다. 15년차 디자이너 송원학씨는 캠페인을 소개하는 글에서 “연예인이 욱일기를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해 일어난 논란에는 극도로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는 왜 행동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며 “전범기 사용이 왜 문제인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어떻게 한국서… 전범기 디자인 상품 활개
입력 2018-08-1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