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의 다윗.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00㎏ 이하급에 출전하는 조구함(26·수원시청)에 대한 평가다.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이 체급에서 키 177㎝의 조구함은 작은 선수로 분류된다. 하지만 자신의 장기인 메치기로 골리앗 같은 상대들을 연신 유도 매트에 쓰러뜨려왔다. 아시아 랭킹 1위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 9일 오후 유도 국가대표팀의 막바지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을 찾았다. 훈련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새벽과 오전 훈련을 마친 조구함은 한쪽 구석에서 양쪽 무릎에 감긴 테이핑을 점검하고 있었다. 금호연 유도 대표팀 감독은 “조구함은 20㎏을 감량해 체급을 바꿀 정도로 의지가 강하지만 신앙도 좋은 선수”라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선수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오후 훈련 시작 직전 만난 조구함은 차분했지만 당당했다. 그는 “부상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지난 리우올림픽과 비교해 경기 운영이 더 노련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상대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자평했다. 경계를 늦추지도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중국 후허하오터 그랑프리 우승 등으로 세계랭킹이 올라 좋은 시드를 받았다”면서도 “이이다 켄타로(일본)나 스무살 신예 르크아그바수렌 오토곤바타르(몽골) 등 라이벌 선수들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을 다윗에 빗댄 세간의 시선에는 감사하다고 했다. 조구함은 모태신앙이라고 소개하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읽어주시는 ‘다윗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성경 말씀 중 ‘강하고 담대하라’(수 1:9)는 구절을 좋아하지만 바로 뒤에 나오는 ‘내가 너희와 함께 하리라’라는 말씀에서 더 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조구함은 국내대회부터 세계대회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매주 수요일 저녁 진천 선수촌에서 열리는 기독신우회 예배에는 빠지지 않는다. 안바울(66㎏ 이하급)과 김성민(100㎏ 이상급) 등이 예배에 함께한다.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 경기장 근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곤 한다. 시합 전에는 짧은 기도로 마음을 추스른다. 그는 “사실 시합 직전에는 ‘금메달 따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도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유도 경기 시간 5분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그에게 기도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단박에 “휴식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구함은 “운동선수라도 고된 체력훈련이나 슬럼프 앞에서는 흔들리고 지칠 수밖에 없다”며 “두 손을 잡고 기도하며 응답을 구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조구함이 금메달에 도전할 100㎏ 이하급 경기는 오는 31일 시작된다. 경기 시간이 짧은 종목 특성 상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가 하루에 치러진다.
오후 훈련을 위해 도복을 갈아입던 조구함은 “어머니와 함께 기도해주시는 목사님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는 목사님을 찾아 꼭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허리의 검정 띠를 단단히 맸다. 손목 힘줄이 도드라져 보였다.
진천=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한국 유도의 다윗’ 내일의 금빛 메치기 땀과 기도로 구하다
입력 2018-08-1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