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강남 고교에서 불거진 ‘쌍둥이 자매 전교 1등’ 논란은 특별장학과 현장조사로도 해소되지 않아 10명 넘는 감사팀을 투입하게 됐다. 어느 대목도 교육적일 수 없는 이 사건은 한국 교육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교육현장의 충격적인 부조리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린 학생의 성과에 박수 대신 의심의 시선을 보내게 만드는 비극적 구조가 드러날 것이다. 감사 결과가 어느 쪽이든 문제의 종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무대를 갖춰주지 못해 편법에 눈을 뜨고 불신을 품게 했다. 허탈했던 입시제도 공론화를 넘어 근본적 교육개혁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에 전교 59등과 121등이었는데, 2학기 전교 2등과 5등이 됐다가 2학년 1학기에 문·이과 전교 1등을 나란히 차지했다. 세 가지 근거로 노력이 아닌 부정의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①자매의 아버지는 이 학교 간부 교사다. ②자매는 대치동 수학학원의 하위권 반에 다닌다. ③내신전쟁이 치열한 강남 고교에서 성적이 100등씩 오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모두 뿌리 깊은 공교육 불신이 깔려 있다. 교사는 공정한 평가자가 아니라 시험 문제도 유출할 사람이란 생각, 학교 성적보다 학원 성적이 더 정확하다는 인식, 고교 내신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게 이미 구조화돼 있다는 진단이 이번 논란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를 불합리한 의심으로 배척하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지난달 광주 고교에서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짜고 9과목 시험지를 빼돌린 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이후 고교 시험지 유출은 모두 13건이 발생했다. 해마다 끊이지 않자 한 국회의원은 시험지 보관소마다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수시모집 확대는 학생을 성적의 굴레에서 풀어주자는 취지였는데, 그것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는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고 내신은 전쟁이 됐다. 시험지를 빼돌리고 학원에 목을 매가며 아이들에게 교육이 아닌 훈련을 시키는 현실이 ‘전교 1등’ 논란의 원인이다. 교육을 위한 어떤 정책도 결국 교육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마는 지독한 악순환에서 이제는 빠져나올 길을 찾아야 한다.
[사설] ‘쌍둥이 전교 1등’ 논란… 한국 교육의 비참한 현실
입력 2018-08-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