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한과 주변 강대국들이 망라된 경제협력 구상을 내놓았다.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다. 동북아 6개국은 남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을 의미한다. 올해 안에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시작한 뒤 이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잇는 등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철도를 공동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관련국들의 동참을 주문했다. 지난 6월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부산까지 다다르기를 기대한다면서 “남북 평화체제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업그레이드한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 설치 의사를 피력하고,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남북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대규모 경협의 전제는 지속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다. 그리고 그 평화는 ‘핵 있는 평화’가 아니라 ‘핵 없는 평화’여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 대통령도 경축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달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히 추진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남북 경협 구상을 구체화한 데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는 측면이 있다. 핵을 포기하면 남북은 물론 유라시아 공동 번영의 과실을 나눠 갖게 될 것이고, 체제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대목이 없는 건 아니다.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과 비교할 때 남북 관계 개선 속도가 빠르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했다.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는 따로 갈 수 없고,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가 없으면 강력한 제제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올 신년사와 차이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조용히 북한 편을 들고 있다’는 미국 내 목소리가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아울러 과거를 되돌아보면 북한이 잇속만 챙긴 뒤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경우가 많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설] 완전한 비핵화가 남북 경제공동체의 전제다
입력 2018-08-16 04:00